1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주인공 엘 우즈 役 이하늬 2009.12.15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주인공 엘 우즈 役 이하늬

“남친에 좌절 맛본 후 긍정적 도전, 그런 당찬 모습이 저랑 닮았어요”

지난 21일 오후 2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쇼케이스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주인공 엘 우즈 역을 맡은 이하늬(26) 제시카(20) 김지우(26) 세 명의 배우가 등장했다. 셋은 6곡의 노래를 나눠 불렀다. 하지만 객석의 반응은 한쪽으로 쏠렸다. 열성적인 ‘누나부대’가 제시카를 부르는 환호성이 너무 컸다. 다른 배우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쇼케이스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이하늬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괜히 쿨한 척 하려는 게 아닐까 의심이라도 할까봐 그는 잽싸게 말을 이었다. “미스 유니버스 4위하고 나서 많은 제의가 있었어요. 미국 유명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실체 없이 겉모양만 있는 게 싫었어요.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하늬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연예프로그램인 ‘한밤의 TV연예’를 2007년부터 1년 정도 진행했고, 드라마에는 얼마 전 ‘파트너’로 데뷔를 했다. 2007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 이후 그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 비하면 조심스런 행보다.

이하늬의 무대 데뷔는 지난해 뮤지컬 ‘폴라로이드’였다. 그는 현재 공연기획사 PMC에 소속돼 있다. 그가 지향하는 지점을 알 수 있는 단서다. “스타가 될 생각이었으면 뮤지컬 못했을 거예요. 연습기간까지 반년이나 소요되잖아요. 하지만 무대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느끼면서 배우고 있어요. 제일 예쁜 나이에 TV에 서서 예쁜 표정 짓는 거보다 삶이 묻어나는 연기, 이 사람밖에 못한다고 각인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금발이 너무해’에서 이하늬가 연기하는 엘은 금발의 아름다운 미녀지만 지성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한 남자친구 워너에게 버림받고 그를 되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게 된다.
“엘은 부족함 없이 자라 굉장히 순수하지만 개념이 없는 인물이에요. 남자친구에게 처음 좌절을 맛보지만 이내 긍정적인 자세로 도전을 하죠. 그런 당찬 모습이 저랑 닮았어요. 엘은 항상 겉으로 우아한 모습이지만 엄청난 노력을 하거든요. 저나 제시카, 지우씨 모두 무대에서는 우아한 백조의 모습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이하늬는 인터뷰 내내 기침을 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2시간 연습을 쉬지 않고 해 몸이 지칠대로 지쳤다. 공연이 다가오면서 쉴 수도 없어서 링거를 맞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영상과 음악을 아우르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가야금은 제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했던 음악을 재해석하고 싶기도 하고, 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어머니(문재숙 이화여대 교수)가 이끄는 국악찬양단 예가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얼마 전에도 무대에 오르는 등 연주가로서의 삶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이하늬를 무대나 브라운관을 통해 더 자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뮤지컬에 집중하고요. 다음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무대와 영상이 주는 매력이 모두 너무 좋아서요. 저는 양쪽 모두 활동하고 싶어요.”
‘금발이 너무해’는 11월 14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02-738-8289).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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