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넌버벌 퍼포먼스 '말없이 관광객 홀린다' 2009.12.17

ㆍ넌버벌 퍼포먼스 외국인 관람 해마다 증가 ‘효자상품’ 우뚝

 “곰방와(こんばんは).” “니하오마().”

지난 14일 저녁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사.춤:사랑하면 춤을 춰라>의 서울 인사동 전용관. 공연의 막간에 출연자가 객석을 향해 외치자 여기저기서 일본어, 중국어로 화답한다. 객석의 3분의 1이 일본·대만·중국 등에서 온 관객들.

넌버벌 퍼포먼스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난타>의 성공 이후 <점프> <베이비> <드로잉쇼> 등이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해외 로드쇼에 참가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행사들도 이들 공연을 패키지 또는 옵션 상품으로 구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 2001년부터 <난타>가 해외 판촉활동에 나선 이후 공연관람을 원하는 관광객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06년 <점프>가 전용관을 여는 등 이 같은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이미 <난타>의 경우 관객의 90%, <점프>와 <드로잉쇼>의 경우 관객의 50%가 외국인 관람객이다. 이 가운데 일본인을 비롯한 동양인이 관람객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미주나 유럽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는 이들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더욱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가 올 들어 한국의 상설공연문화를 알리기 위한 해외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최근 1~2년 사이 전용관을 연 공연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상품팀 박춘경 팀장은 “해외 박람회에서 짤막한 맛보기 공연을 보여주는데도 해외 여행관계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과거 한국에 가면 볼 것이 없다는 불평이 있었지만 파워풀한 넌버벌 퍼포먼스가 이런 편견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타>의 PMC프로덕션은 지난달 서울 명동에 극장을 열면서 기존 정동과 강남에 이어 전용관을 모두 3곳으로 늘렸다. PMC프로덕션의 박준경 실장은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공연은 전용관의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서울 4대문 안에 있어야 하고 관광명소나 숙소 등과도 가까워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9월 열린 ‘2009 공연문화축제 코리아스파클링페스티벌’에서도 <더 젠> <재미타> <마리오네트> <몬스터 극장> 등 신작들이 대거 선보였다. <드로잉쇼> 공동제작사인 펜타토닉의 정규철 대표는 “<난타>와 <점프>의 성공이 많은 작품을 양산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넌버벌이라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작품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외면으로 간판을 내리는 경우도 적잖다. <사.춤>의 김혜진 실장은 “작품의 숙성 과정 없이 서둘러 전용관부터 만들었다가 3~4개월 만에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전용관을 갖추고 1년 이상 공연 중인 작품들은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해외 원정 공연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결 섬세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넌버벌 퍼포먼스 제작사들의 노력은 치열하다. 여행사와 제휴를 맺는 것은 기본이고 외국 여행 사이트와 잡지 등에도 꾸준히 홍보를 한다. 한국관광공사도 외국 기자단의 한국 팸투어시 대표적인 전략상품으로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을 내놓는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의 5% 정도(2008년 기준)만 공연을 관람했을 뿐이다. 국내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들이 더욱 풍성해진다면 우리의 공연이 관광효도상품으로 자리잡을 날도 그리 머지 않아 보인다.

<박주연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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