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리뷰] 한국적 감각 묻어난 '금발이 너무해' 2009.12.17

Contents=[CBS문화부 한상미 기자]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열연한 영화 '금발이 너무해'는 하버드 로스쿨에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하버드대학에 들어가는 금발 미녀 엘 우즈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원제 'Legally Blonde', '금발'이라는 의미는 똑똑하거나 지적이지 않은, 자신의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 급급한 여자를 낮게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된장녀', '엄친딸'처럼 다른 나라 언어로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지극히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단어다.

뮤지컬로 제작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화제를 모으며 공연됐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된다고 했을 때 공연계는 반신반의했다.

미국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이 뮤지컬을 국내 배우들이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관객들은 호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

'난타'로 명성을 날린 제작사 PMC프로덕션은 국내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했다.

기본적인 줄거리와 주요 음악만 가져왔을 뿐, 곡 순서를 바꾸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 한국판 '금발이 너무해'를 만든 것이다. '김종욱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 인기 창작 뮤지컬을 만든 연출가 장유정의 지휘 아래 장소영 음악감독, 작곡가 이지혜의 번뜩이는 개사가 국내 관객들을 파고들었다.

박음질을 불어식으로 '바크흠질'이라고 말하고, 미용실 이름을 '헤어 지지마'라고 표현한 대사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이 터진다. '얼짱' 등 공연 중간중간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는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연은 너무나 한국적으로 신선하게 변신했다.

법정에서 피부도 곱고 옷차림에 신경 쓰는 저 남자가 '게이가 아니면 유럽 사람일 것'이라는 내용의 가사는 '게이 아니면 발레리노'로 교체했다. 미국인들이야 유럽 사람들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미국인이나 유럽인이나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바꾸는 등 작품을 세세하게 가다듬은 흔적이 돋보여 관객들의 공감을 모았지만, 지나친 스타 캐스팅은 다소 불안하다.

뮤지컬 출연이 많았던 김지우(엘 우즈 역)와 전수경(폴렛 역), 고영빈(워너 역) 등은 무난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엘 우즈 역에 트리플 케스팅된 이하늬와 소녀시대 제시카의 뮤지컬 무대는 검증되지 않았다.

김동욱(에밋 역)과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캘러헨 교수 역)이 등장할 때는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그들의 연기보다 낯익은 스타들의 출연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내년 3월14일까지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

mim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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