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연기 발판 위해 뮤지컬 찾는 아이돌, ´실력 점검 해보니..´ 2010.03.23
데일리안 2010.02.06. 12:23:37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강옥순 안무 감독이 밝힌 제시카 캐스팅 뒷얘기

[데일리안 이지영 기자]


◇ 뮤지컬 <선덕여왕> <금발이 너무해> 등 안무를 맡은 강옥순 안무감독. ⓒ 데일리안 박항구

<그리스><라디오 스타><젊음의 행진><선덕여왕><금발이 너무해> 등 소위 잘 나가는 뮤지컬의 공통점은? 바로 강옥순 안무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강옥순 안무감독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뮤지컬 안무가. 보아, 젝스키스, SS501 등 당대 톱 가수들의 트레이닝도 전담해 방송가에선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또한 KBS <젊음의 행진> 짝꿍 1기 출신으로 1996년까지 <명성황후><고래사냥> 등 뮤지컬에 직접 배우로 참여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오는 3월 14일까지 연장에 들어간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공연으로 분주한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만난 그는 항상 음악과 춤에 둘러싸여 젊음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상대를 웃게 만드는 쾌활한 성격처럼 국내 공연계를 향한 애정어린 지적을 속 시원히 밝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강 안무감독의 최근작 <금발이 너무해>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대본과 음악만 빌려왔을 뿐 정식 라이센스를 받은 작품이 아니다. 때문에 그는 “세트와 안무가 비슷하면 저작권 침해가 우려돼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써 최대한 우리식으로 표현했다”며 “이런 노력 덕분에 미국 영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 공연의 평이 훨씬 좋다”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강 안무감독은 “뮤지컬은 시작 전 배우들이 함께 모여 동고동락해야 한다. <선덕여왕>은 한달쯤, <금발이 너무해>는 7개월 정도 연습했다”며 “안무 역시 연기의 일부라 어떤 감정 선으로 이렇게 춤을 춰달라고 동기부여가 되도록 주문해야 배우들이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그동안 방송 활동을 많이 해 동작 역시 쇼 적인 느낌이 강하다. 편당 10~15개의 안무를 구상한다”며 “요즘 걸 그룹 댄스를 보면 중독성이 강한데 <금발이 너무해> 역시 관객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율동 위주로 짰다”고 소개했다.

 

 

 
◇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엘우즈역의 제시카, 이하늬, 김지우. ⓒ 데일리안 민은경

특히 강 안무감독은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 역에 트리플 캐스팅 된 소녀시대 제시카, 배우 이하늬와 김지우를 거침없이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지우는 워낙 뮤지컬을 오래 해 이젠 베테랑이다. 발성 등 모든 면에서 단연 앞선다”며 “제시카는 데뷔 전부터 제가 트레이닝을 시켰는데 잠재력이 대단하다. 이하늬 역시 과거 SM 연습생 출신이라 춤이 꽤 됐지만 셋 중 가장 못해 처음에 구박을 많이 받았다”고 웃음 지었다.

 

하지만 “오기가 생긴 이하늬가 친구인 김지우에게 따로 물어보며 열심히 훈련했다. 나중에 보니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여 검게 변했다”며 “이젠 셋이 막상막하다”고 대견스러워했다.

 

또한 처음엔 모기만한 목소리에 얌전한 제시카가 커다란 무대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는 그는 “막상 체격이 작은 제시카가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고 만족했다.

 

더욱이 ‘애제자’ 제시카에 대해 “솔직히 처음엔 소녀시대 유명세 때문에 섭외했지만 본인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서 “지난 연말 시상식 때 소녀시대 스케줄이 살인적으로 바빴지만 제시카가 일정을 마치고 저를 따로 만나 밤새 연습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년 말에 제가 뮤지컬 <선덕여왕> 때문에 밤 10시까지 MBC에 있었거든요. 그럼 일이 끝난 제시카가 10시 쯤 그곳으로 달려와 새벽까지 과외 수업을 받았어요. 어떨 때는 다음날 오전에 일이 있어 한숨도 못자고 바로 메이크업을 하러가더라고요. 자신의 이름이 걸린 공연을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제시카의 근성이 예뻐 덩달아 저도 신났죠.”

 

강 안무감독은 “지금도 아이돌 그룹 매니저들한테 캐스팅 관련 연락이 종종 온다. 그러나 충분한 노력이 없으면 오히려 부족한 실력이 노출돼 오래 못 버티고 스스로에게도 손해다”며 “그래서 요즘은 가수들이 휴식기에 뮤지컬 출연을 도리어 꺼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그는 “사실 제작비 마련이 시급해 어설프더라도 일단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내세워 투자 받으려는 제작자도 문제지만 작품의 질은 개의치 않고 연예인을 보는 것에만 치우친 잘못된 관람 형태가 이 같은 악순환을 불러왔다”고 일침을 가했다.

 

“스타 캐스팅이 되면 객석 점유율이 틀려요. <금발이 너무해> 스텝이 50명 정도인데 뮤지컬 전문 배우로만 꾸리면 제작비 충당이 어려워요. 사정이 이러니 제작자 입장에선 연예인이 등장하는 표만 사는 관객의 취향을 따라갈 수밖에요. 결국 티켓 파워가 큰 스타 위주로 일정을 짜면 공연 스케줄 전부를 소화 못하는 그들 때문에 더블 캐스팅, 트리플 캐스팅이 이뤄집니다.”

 


◇ 뮤지컬 <선덕여왕> <금발이 너무해> 등 안무를 맡은 강옥순 안무감독. ⓒ 데일리안 박항구

강 안무감독은 “공연도 영화처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연예인을 기용하면 티켓은 잘 팔릴지 몰라도 완성도엔 나쁜 영향을 끼쳐 끝내 관객의 발걸음이 뜸해질 것”이라며 “근래 들어 공연계가 브랜드 화 된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면 주먹구구식으로 유행만 쫓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무대 위 잔뼈가 굵은 배우들의 설 땅이 점점 좁아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자꾸만 TV로 진출한다는 것. 현재 명지대 공연예술학 부문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그는 “많은 이들을 훈련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될성부른 뮤지컬 인재를 꾸준히 양성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렇다면 ‘인기 강사’ 강옥순 안무감독이 말하는 인생의 스승은 누구일까. 그는 “너무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PMC 송승환 대표님과 뮤지컬 <명성황후> 안무를 맡은 서병구 선생님”이라며 “짝꿍 시절 서 선생님의 제안으로 뮤지컬 배우로 출발하게 됐고 성대결절로 노래를 관뒀을 때 송 대표님이 제게 <난타> 안무를 맡겨 주셔서 오늘 날의 제가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발이 너무해> 다음에 <젊음의 행진><라디오 스타> 등을 또 다시 올리고 연극 <친정엄마>를 뮤지컬로 재해석할 예정”이라며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았다. 가르침이 전부가 아닌 등대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데일리안 = 이지영 기자] garumi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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